신규 시장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경쟁사 분석부터 꺼냅니다. 그런데 현장에서 먼저 멈추는 지점은 가격표가 아니라 물건을 고객 앞에 올리는 경로입니다. 직판인지, 대리인지, 공동영업인지에 따라 필요한 재고·마진·A/S 조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.
유통 경로를 그리라는 말은 ‘파트너 명단을 길게 만들라’는 뜻이 아닙니다. 우리 제품이 어떤 매장·담당자·입찰 창구를 거쳐야 하는지, 그 창구가 요구하는 최소 조건을 한 장에 적는 일입니다. 조건이 보이면 지금 준비할 것과 미룰 것이 갈립니다.
실제로 한 식품 원료 업체는 전국 대리점 확장을 목표로 왔다가, 목표 지역의 주력 채널이 급식·가공업체 직납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첫 6개월 전략을 바꿨습니다. 진입 속도는 느려 보였지만, 잘못된 채널에 재고를 쌓는 비용은 줄었습니다.
진입 진단에서 유통 스케치를 먼저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. 시장이 ‘크다’는 말과 ‘우리가 닿을 수 있다’는 말은 다르기 때문입니다.